땅을 저축한다는 것
Land Banking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개념은 단순합니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듯 땅을 '저축'하는 것이죠. 아직 개발되지 않은 토지를 선제적으로 매입해서 장기간 보유한 후, 개발이 이루어질 때 가치 상승을 노리는 투자 전략입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와 다른 점은 당장 건물을 짓거나 임대수익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기다리면 됩니다. 도시가 확장되고, 도로가 뚫리고, 개발 계획이 현실화되기를 말이죠.
생각해보세요. 강남이 논밭이던 시절에 그곳의 땅을 샀던 사람들을 말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었습니다.
왜 Land Banking일까?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입지(location)**죠. 그런데 입지가 지금 좋은 곳은 이미 비싸고, 미래에 좋아질 곳은 아직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Land Banking은 바로 이 입지의 ‘시간차’를 활용한 투자입니다.
“왜 아무도 없는 땅을 사?”
처음엔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집도 짓지 않고, 임대 수익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땅에 투자한다는 건 얼핏 보면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Land Banking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봅니다.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좋아질 곳’에 투자하는 것, 바로 이것이 Land Banking의 본질입니다.
장점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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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진입 장벽 | 주택이나 건물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작 가능 |
📈 높은 수익 가능성 | 도시 팽창, 인프라 확장, 개발 수요 발생 시 급격한 가치 상승 |
🧠 전략적 유연성 | 보유, 매각, 개발,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 가능 |
📦 포트폴리오 다변화 | 주식·부동산과 상관관계 낮아 리스크 분산 효과 |
Land Banking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입니다. 완성된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지만, 미개발 토지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초기 자금이 적은 투자자라도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수익률의 폭발력입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연 몇 퍼센트씩 오르는 게 아니라, 개발이 확정되면 단기간에 몇 배씩 뛸 수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는 땅이 어느 날 갑자기 ‘노른자 땅’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봅니다. 예컨대 신도시 지정, 도로 개설, 공항 건설, 관광지 개발 같은 소식이 발표되면, 주변 땅값은 몇 배씩 뛰죠.
세 번째는 전략적 유연성이 높다는 것 입니다. Land Banking은 단지 ‘사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유한 토지를 나중에 개발할 수도 있고, 부분 매각할 수도 있으며, 기타 투자자와 공동 개발하거나 리츠/펀드에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즉, 한번 들어가면 끝나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엑싯 전략이 존재하는 유연한 투자라는 뜻이죠.
네 번째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입니다.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기존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어 있을 때,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자산을 보유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위기 시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지는 주식 시장과 상관관계가 낮고, 대부분 국가나 도시의 장기 발전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자산입니다. 따라서 위험 분산 차원에서도 유용합니다.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
하지만 뭐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죠. Land Banking에도 분명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유동성입니다. 주식처럼 클릭 몇 번으로 팔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즉시 처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죠.
또한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바뀌거나 인허가가 지연되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 특히 해외 투자의 경우 현지 법률이나 정치적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외국인 토지 소유에 대한 규정이 복잡합니다. 직접 소유가 어려워 현지 법인을 통하거나 특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부분은 반드시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성공 사례들을 보면
해외에서는 이미 Land Banking이 하나의 확립된 투자 방식입니다. 캐나다의 Walton Global은 미국 주요 도시 외곽의 개발 예정지를 선매입해서 대형 건설사들에게 공급하는 비즈니스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필리핀의 Ayala Land는 마닐라 외곽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해서 신도시로 개발했고, 지금은 필리핀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가 되었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과거 분당, 일산 신도시가 발표되기 전에 그 지역 농지를 매입했던 사람들, 인천공항이 들어서기 전 영종도 땅을 샀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새만금 수변도시, 신공항, 국가산업단지, 국제행사 등 본격적인 개발사업이 2020년대 들어 가시화되면서 세만금 일대도 주목받으며 땅값이 상승했습니다.
누구에게 맞는 투자일까?
Land Banking은 모든 사람에게 맞는 투자는 아닙니다. 우선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해요. 최소 3-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보 수집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정부 정책, 도시계획, 인프라 개발 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것을 재미있어 해야 해요. 투자라기보다는 거의 취미 수준으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해야 합니다. 단기간 내에 현금화해야 할 돈으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투자예요.
기다리는 사람의 예술
Land Banking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다리는 사람의 예술'입니다. 빠르게 돈을 버는 전략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읽고 묵묵히 기다리는 전략이거든요.
성공한 Land Banking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내심과 통찰력입니다. 그들은 오늘 당장의 이익보다는 5년, 10년 후의 변화를 내다보며 투자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모든 예측이 맞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아예 무산되기도 하죠. 하지만 한 번 맞으면 그 수익률은 다른 어떤 투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습니다.
토지투자는 땅 자체가 아니라 땅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에 투자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땅을 원하게 만드는 변화를 미리 읽어내는 것, 그것이 Land Banking의 핵심입니다.